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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가 학사학위를 받고 2주 뒤에 프란시스 페르디난드 대공이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에게 암살당했다. 그리고 가을이 되기 전에 유럽 전역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은 나이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화제가 되었다. 그들은 미국이 궁극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해하며 불투명한 자신들의 장래에 즐거운 듯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윌리엄 스토너 앞에 놓인 장래는 밝고 확실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장래를 수많은 사건과 변화와 가능성의 흐름이라기보다 탐험가인 자신의 발길을 기다리는 땅으로 보았다. 그에게 장래는 곧 웅장한 대학 도서관이었다. 언젠가 도서관에 새로운 건물들이 증축될 수도 있고, 새로운 책들이 들어올 수도 있고, 낡은 책들이 치워질 수도 있겠지만, 도서관의 진정한 본질은 근본적으로 불변이었다. 그는 몸을 바치기로 했지만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곳에서 자신의 장래를 보았다. 장래에 자신이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으나, 장래 그 자체가 변화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변화의 도구라고 보았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그는 부모를 만나러 갔다. 여름 농사를 도울 생각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아버지가 고용한 흑인 일꾼이 조용하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열심히 일하면서 윌리엄과 아버지 두 사람의 몫을 혼자서 해내고 있었다. 부모는 그를 보고 반가워했다. 그가 학교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분개하는 기색은 없었다. 하지만 윌리엄은 부모에게 아무 할 말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와 그의 부모는 벌써 낯선 타인들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상실감 때문에 사랑이 더 커졌음을 느꼈다. 그는 예정보다 일주일 일찍 컬럼비아로 돌아왔다. 이제는 푸트 농장에서 일하는 데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공부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그는 절박했다. 열심히 책에 몰두하다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 아직 책에서 읽지 못한 것이 한꺼번에 의식될 때가 가끔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울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그토록 애써 손에 넣은 평화로운 시간이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인용문에서 윌리엄 스토너의 심리는 복합적이고 깊은 갈등으로 가득 차 있으며, . 스토너는 푸트 농장에서 일해야 하는 현실에 점차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육체적 노동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학문에 전념하고 싶은 열망과 그를 방해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된 감정이라고 봅니다.. 그는 공부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시간적 절박함을 느끼며, 농장 일이 그의 학문적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하는것 같습니다. "남들보다 공부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그는 절박했다"는 문장에서 스토너의 시간에 대한 강박과 지적 열등감이 드러납니다. 그는 자신의 지적 여정을 빠르게 따라잡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그를 초조하게 만들고,. 이는 그가 학문에 대한 깊은 갈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책에 몰두하다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 아직 책에서 읽지 못한 것"이 갑작스럽게 의식될 때, 스토너는 지적 세계의 광대함 앞에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는 배우고 싶은 욕망이 크지만, 그 욕망을 채울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압도됩니다. 이 순간은 그의 지적 호기심과 동시에 한계에 대한 자각을 보여줍니다. 스토너는 학문에 몰두하며 어렵게 얻은 "평화로운 시간"을 소중히 여겼지만, 시간 부족과 현실의 압박이 이 평화를 "산산이 부서지게" 만듭니다. 이는 그가 학문에서 찾은 내면의 안정감서 학문이 단순한 지식 추구를 넘어 그의 존재적 안정과 정체성의 핵심임을 시사합니다. 이 평화가 깨지는 순간, 그는 깊은 상실감과 불안을 경험합니다. 스토너의 심리는 학문에 대한 열망과 현실의 제약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그는 지적 성장에 대한 강렬한 갈증을 느끼지만, 시간과 환경의 한계로 인해 좌절과 무력감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이 장면은 스토너의 고독한 내면과 그가 학문에서 찾으려는 의미를 조명, 그의 삶이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깊은 존재적 고민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갈등은 스토너라는 인물의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며, 독자로 하여금 그의 노력과 고뇌에 공감하게 만듭니다.) 그는 1915년 봄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여름 동안 논문을 완성했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중 한 편을 택해서 작시법을 다룬 논문이었다. 그 여름이 끝나기 전에 푸트가 그에게 이제 농장에 그의 일손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도 이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반가운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그는 공황상태에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마치 예전의 자신과 연결된 마지막 끈이 끊어진 것 같았다. 그는 여름의 마지막 몇 주를 아버지의 집에서 보내며 논문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아처 슬론은 그가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신입생들을 위한 기초영어 두 강좌를 맡을 수 있게 손을 써두었다. 강사료는 1년에 400달러였다. 그는 5년 동안 자신의 방이었던, 푸트 농장의 손바닥만 한 다락방에서 짐을 정리한 뒤, 대학 근처에서 그보다 훨씬 더 작은 방을 구했다. 그는 평범한 1학년생들에게 문법과 작문 기초만 가르치게 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아주 중요한 일 같아서 열정적으로 고대하고 있었다. 그는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전 일주일 동안 강의계획을 짜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보게 마련인 가능성들을 보았다. 우선 문법의 논리성이 느껴졌고, 그것이 스스로 퍼져나가 언어 전반에 스며들어서 인간의 생각을 지탱하게 된 과정을 알 것 같았다. 그는 학생들을 위해 고안한 간단한 작문 연습에서 아름다운 산문의 싹을 보았으며, 자신이 느낀 것들로 학생들에게 활기와 의욕을 불어넣게 될 때를 고대했다. 하지만 수강신청과 학습계획 제출이라는 개강 절차가 끝난 뒤 직접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자신이 느꼈던 경이와 놀라움이 자신 안에 여전히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자신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 낯선 사람을 보듯이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 낯선 사람은 마지못해 한자리에 모인 학생들을 상대로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미리 준비한 자료를 읽는 소리가 들렸을 뿐, 그가 느꼈던 흥분과 설렘은 거기에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았다. 그는 학생의 입장으로 강의를 들을 때 해방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그런 수업에서는 아처 슬론이 수업 중에 처음 그에게 말을 걸었던 그날처럼, 그 자신이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던 그날처럼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강의에 빠져들어 문학의 본질을 이해하고 문학의 힘을 파악하려고 씨름하면서 자신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했다. 그러면서 자신 안에서 자신이 속한 세상으로 점점 빠져나와, 자신이 읽은 밀턴의 시나 베이컨의 에세이나 벤 존슨의 희곡이 세상을 바꿔놓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 작품들이 자신의 소재이기도 한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세상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토너는 수업 중에 말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작성한 과제물에 만족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과제물에는 그가 마음 깊숙이 알고 있는 것들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처럼 강의를 맡고 있는 박사과정 동료들과 점차 친해졌다. 특히 데이비드 매스터스, 고든 핀치 두 명과 친했다. 매스터스는 예리한 말솜씨와 부드러운 눈을 지닌 가무잡잡한 청년이었다. 스토너처럼 그도 이제 막 박사과정을 시작한 참이었지만 나이는 한 살쯤 어렸다. 교수들과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거만하고 건방지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대체로 그가 학위를 받을 때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스토너는 그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했으므로 시기심이나 앙심 없이 그를 인정했다. 고든 핀치는 덩치 큰 금발 청년이었으며, 아직 스물세 살인데도 벌써 살이 찌고 있었다. 그는 세인트루이스의 상과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뒤 미주리 대학으로 와서 경제학, 역사학, 공학 등 여러 학과에서 그 이상의 학위를 받으려고 시도했다. 그가 문학 공부를 시작한 데에는 마지막 순간에 영문과에서 작은 강의를 맡을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영문과 박사과정 학생들 중에서 공부에 가장 무심한 축에 속한다는 점을 금방 스스로 드러냈다. 하지만 1학년생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좋았고, 나이 많은 교수들이나 교직원들과도 잘 지냈다. 이 세 사람, 즉 스토너, 매스터스, 핀치는 금요일 오후에 컬럼비아 시내의 작은 술집에서 만나 커다란 잔으로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하는 버릇이 생겼다. 스토너는 여기서 유일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느꼈지만, 자기들의 관계가 과연 무엇인지 의아할 때가 많았다. 그들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었지만,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서로 속내를 털어놓지도 않았고, 매주 술집에서 모일 때를 제외하면 거의 만나지도 않았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이런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고든 핀치는 아예 의문을 가진 적도 없다는 것을 스토너는 알고 있었지만, 데이비스 매스터스는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 같았다. 한번은 저녁 늦은 시각에 어두운 술집의 뒤쪽 자리에서 스토너와 매스터스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나 공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아주 진지한 사람들이 어색하게 농담을 시도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매스터스가 공짜로 제공되는 점심 때 나온 완숙 달걀을 수정구처럼 높이 들고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의 진정한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여러분? 스토너 군? 핀치 군?” 그들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지, 스토너는 대학을 커다란 저수지처럼 생각하고 있을걸. 도서관이나 유곽처럼 말이야. 사람드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자신을 완성해줄 물건들을 고를 수 있는 곳, 모두가 같은 벌집의 작은 일벌들처럼 힘을 합쳐 일하는 곳. 진실, 선함, 아름다움, 이런 것들이 모퉁이 너머 바로 다음 복도에 있다는 것이지. 아직 읽지 못한 바로 다음 책, 아니면 아직 가보지 못한 바로 다음 서가에,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그 서가에 이를 것이고, 그러면 ..... 그러면......" 그는 달걀을 한번 더 바라본 다음 크게 한입 베어 물고는 스토너에게 시선을 돌렸다. 턱이 우물우물 움직이고, 검은 눈이 밝게 빛났다. 스토너는 불편한 미소를 지었다. 핀치는 크게 웃으면서 탁자를 탕탕 쳤다. "당했군, 빌 저 친구한테 완전히 당했어." 매스터스는 달걀을 조금 더 씹다가 꿀꺽 삼키고는 핀치에게 시.. |
해당 페이지는 윌리엄 스토너의 삶과 내면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는 구간. 스토너는 대학에서의 학문적 삶과 개인적인 고독, 그리고 인간관계의 미묘한 갈등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탐색하는 모습,..이 부분은 스토너의 조용하지만 깊은 내면적 갈등과 학문에 대한 헌신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인상적입니다. 그의 삶은 화려하지 않지만,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깨달음과 고뇌가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는것 같습니다.. 문체의 간결함과 감정의 진정성이 돋보이고, 스토너라는 인물에 점점 더 공감하게 되는 지점 같습니다.
달걀을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는 모습에서 스토너의 검소하고 고독한 생활, 그리고 내면의 고요한 성찰을 접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화려하지 않은 그의 삶 속에서 작은 위안을 찾는 모습으로 보여지고, 술과 달걀이라는 소박한 조합은 스토너의 삶이 얼마나 단순하고 절제된지를 보여줍니다.. 달걀을 안주로 삼는 모습은 일상적이면서도 묘하게 애잔한 느낌을 주며, 그의 고독과 학문에 대한 헌신이 뒤섞인 분위기를 전달 받습니다. 이 장면은 스토너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까이에서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그의 삶의 쓸쓸함을 조용히 강조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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